지난 3월 9일 영화 '폭풍전야' 제작발표회에서 김남길은 "연기를 할 때 얼굴 근육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연기를 통해 이를 확실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 김남길은 MBC '선덕여왕' 방송 당시 "머리카락까지 연기하는 것 같다"는 찬사가 이어질 정도로 신체의 각 부분을 연기에 활용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 1일 방송된 SBS '나쁜남자'에서 김남길은 부분 연기의 달인이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섬세함에 깊이를 더하는 손 - 손가락도 연기의 달인?

 

'나쁜남자'는 결방 직전 예고편에서 건욱(김남길 분)과 태라(오연수 분)의 아찔한 키스장면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킨바 있다. 그런데 정작 방송이 전해지자 키스장면 못지 않은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바로 섬세한 손 연기였다.

 

밀폐된 엘리베이터에서 건욱과의 격정적인 키스를 상상하던 태라는 실수로 스카프를 떨어뜨렸다. 이에 스카프를 집으려던 태라는 이를 도우려던 건욱과 손이 스치게 된다. 그런데 마치 태라의 마음을 읽어냈다는 듯 건욱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후 갑작스레 밀려들어온 인파에 둘의 미묘한 교류는 계속 이어졌다. 자신의 감정을 떨쳐내듯 손을 뿌리치려는 태라와 놓치지 않겠다는 건욱의 도발적인 유혹이 그대로 전해졌던 것. 이 과정에서 건욱은 태라의 정신적인 격정을 손끝에 풀어내는 농염한 연기를 펼쳤다.

 

또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선 건욱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차없이 손을 놓으며 태라의 상실감을 극대화 시켰다. ‘나쁜남자’의 진수를 손가락 연기로 펼쳐보인 셈.

 


등 뒤에 묻어나는 외로움 -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

 

이 날 방송에서 손가락 연기를 통해 치명적인 '나쁜남자'의 매력을 선보였다면 외로움과 슬픔은 뒷모습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위로해주던 2층 다락방에서 캬라멜을 꺼내 먹던 장면은 단연 백미.

 

낯선 해신가의 생활에서 위로가 되어주던 캬라멜 상자를 열며 익숙한 동작으로 꺼내 먹는 건욱의 슬픔과 외로움을 극대화 시켜준 것은 다름아닌 쓸쓸한 어깨로부터 전해지는 뒷모습이었던 것. 빡빡한 캬라멜을 눈물로 삼키며 목이 메이는 듯한 장면을 아련하게 전한 건욱의 뒷모습은 김남길의 연기력에 또 한 번 찬사를 보낼만한 명장면이었다.

 

또한 태성(김재욱 분)에게 선영(김민서 분)의 유품을 버리라는 지시를 받은 뒤 느껴지는 건욱의 분노 또한 뒷모습에 잘 드러나 있다.

 


눈 속에 담긴 수만가지 표정 - 감정의 완성은 눈빛 연기로

 

하지만 심건욱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되는 김남길의 연기 중 가장 찬사가 쏟아지는 부분은 역시 눈빛 연기이다. 지난 6월 24일 SBS '좋은아침'을 통해 눈빛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김남길은 '나쁜남자'를 통해 그것이 사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특히 1일 방송된 '나쁜남자'에서는 뼈 속 깊이 스민 증오와 애잔한 슬픔, 거기에 더해 재인(한가인 분)에 대한 애틋함과 내면을 숨기려는 차가운 심상까지 모두 눈빛에 담아내며 밀도 있는 연기를 펼쳤다.

 

이 밖에도 자신의 추억과 조우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 재인에게 키스하기 위해 다가서는 정갈한 걸음걸이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덕분에 이제 막 복수의 중심부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욱은 김남길이라는 배우를 통해 차가운 분노와 뜨거운 매력의 진수를 드러낼 예정이다.


신아인 기자/ idsoft3@reviewstar.net